Heirs

KT김탄
18. 남. 제국그룹 상속자.

영국에 왕족이 있다면 한국에는 재벌이 있다.
영국에 왕자가 있다면, 한국엔 재벌 아들이 있다.
탄은 재벌 아들이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역사를 같이 해온 ‘제국그룹’의 아들이다.
왕자다운 기품과 아우라까지 갖춰, 그야말로 돈 많고 키 크고 잘생겼으니, 그랜드슬램 달성이다.

하지만 넘치도록 가졌다는 건 갖지 말아야 할 것도 가졌다는 뜻이다.
두 명의 엄마, 이복형제, 사생아라는 타이틀, 어린 탄에게 쏟아졌던 차가운 시선들과 이해하기에 너무 복잡했던 가정사들이 그것이다.
그 넓고 휑한 집이 한 번도 제 집인 것처럼 따뜻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탄은 삐뚤어질 수 있었다.

재계서열로 친구들을 판단하며 순위 밖의 아이들을 무시하고 괴롭혔다.
교만과 허세로 무장해 약자에겐 강했고, 강자에겐 더 강했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사건사고들은 여기저기서 폭죽처럼 터졌다.
아이들 싸움은 어른 싸움이 되기 일쑤였으나 누구도 제국그룹과 적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탄은 그걸 이용할 줄 알았다. 그게 탄이 생각하는 영향력이었다.
탄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방황하는 동안, 이복형인 원은 자신만의 영역을 다져갔다.
국적을 막론한 명문대 학위들이 프로필 란을 채워갔고, 마침 아버지가 병석에 눕자, 원은 계절이 변하듯 자연스럽게 실질적 경영자로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것이 원의 영향력이었다.

탄은 그 때 알았다. 진짜 왕자는 원이라는 걸.
그리고 그 진짜 왕자는 탄을 미국 유학길로 내몰았다.
유학이 아니라 유배였다.

미국에서 탄은 행복하다 생각했다.
화낼 일이 없었고, 웃음이 많아졌으며, 밤엔 울었다.
열다섯에서 열여덟이 되는 동안 꾸준히 옆을 지켰던 벗은, 외로움이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 탄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탄은 용기 내지 않았다.
나 때문에 형까지 불행해질 순 없으니까.
돌아갈 수도, 돌아가지 않을 수도 없는 출구 잃은 나락에서 탄은 낯선 이국땅보다 더 낯선 은상을 만나게 된다.

CES차은상
18. 여. 가난 상속자.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벗겨지고, 결국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을 한다.
이 구절을 읽으며 일곱 살 은상은 생각했다.
신데렐라 이거 발랑 까져가지고.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고의라고 철썩 같이 믿는 은상은 말 못하는 엄마 때문에 빨리 어른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를 대신해 많은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공과금 납부부터 각종 세금, 연금, 대출금, 보험 관련 지식까지 연식 찬 살림꾼이다.
하지만 사람 많은 곳에서 엄마와 수화로 이야기하는 것이 쪽팔려 면전에 두고도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대화하는, 영락없는 열여덟 소녀이기도 하다.

엄마가 말 못하는 것도 싫고, 재벌가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것도 싫고, 그런 엄마를 무시하는 사람들도 진짜 싫은데, 은상이 제일 싫어하는 건 이 구질구질한 삶에 도저히 출구가 없다는 사실이다.
밝고 독립적이고 강해보이지만, 어쩔수 없이가슴 한구석이 병들어 있다.

주말마다 페이스북을 장식하는 친구들의 일과는 스테이크하우스와 멀티플렉스를 오고가는데, 자신은 낮엔 예식장, 밤엔 편의점, 그야말로 알바 천국이다.
그래서 은상은 또래 친구들이 의사, 교사, 연예인을 꿈 꿀 때 ‘월 200만원이 꾸준히 보장 되는 사무직’을 꿈꾼다.
‘돈 있는 젊은이나 야망을 갖는다’가 지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은상은 혼자 힘으로 미국에서 유학중인 언니로부터 국제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부자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언니는 은상의 롤모델이었고 자랑이었다.
다시없을 인생의 기회라 여긴 은상은 엄마가 마련해 준 돈을 직접 전해준다는 임무를 빙자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하지만 미국에서 마주한 언니는 결혼은커녕 알콜중독 미국인과 동거중인 그저 그런 웨이트리스였다.
우상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배신감에 언니와 대판 싸우고 돌아서는 길, 오갈 데 없는 은상은 웃지 못 할 일에 얽혀 탄과 마주치게 되고 그의 집에 묵게 된다.

탄의 집 현관으로 들어선 순간, 신데렐라가 처음으로 궁전에 입성한 기분이 이랬을까.
압도적인 평수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때문에 호흡이 곤란할 지경인데, 돌연 여자 하나가 들이닥친다. 그것도 약혼녀.
열여덟에 약혼이라니.

인연인지 악연인지 돌아온 한국에서, 그것도 전학 첫날, 은상은 다시 한 번 탄과 마주친다.
제국고의 수많은 상속자들 사이에서 상속 받은 거라곤 가난 밖에 없는 은상의 불안한 학교생활이 시작된다.

CYD최영도
18. 남. 호텔 제우스 상속자.

영도는 머리가 좋았다.
IQ 150의 멘사 회원이었지만, 자신의 좋은 머리를 좋은 곳에 쓰는 걸 좋아하진 않았다.
영도의 머리에서 나온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주로 친구들을 더욱 기발하게 괴롭히는 방법들이었다.
철저한 계산과 예측으로 누군가를 정확하게 수렁에 빠뜨렸을 때 영도의 서늘한 얼굴은 잠시 미소를 담는다.
누구도 그런 영도와 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 탄을 제외하곤.

영도는 탄이 거슬렸다.
자기보다 더 뛰어난 방법으로 친구들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둘의 신경전은 사춘기 그 나이답게 유치하고 치열했다.
하지만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 편, 둘은 곧 죽이 잘 맞는 친구가 되었다.

여덟 살, 초등학교 입학식 날 자신을 버리고 집을 뛰쳐나간 엄마 이야기.
열두 살, 할머니가 사람을 풀어 결국 엄마를 찾아내 이혼 도장을 찍게 했던 이야기, 그때 할머니에게 뺨을 맞았던 엄마, 그 후 아버지가 만나는 젊은 여자들, 그 여자들이 준 용돈으로훈련된 사냥개를 사 집을 드나드는 여자들에게 ‘물어!’ 하고 명령한 일, 영도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탄에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탄이, 자신이 서자라는 비밀을 영도에게 털어놓았을 때 영도는 가차 없이 탄을 떠났다.
자신보다 높은 위치라고 생각 했었고 그래서 의지할 수 있었는데, 탄이 자신을 속인 것이다.
영도는 그 상황을 ‘배신’이라고 불렀다.

멀어진 친구는 천적이 되어 멀어진 마음만큼 먼 곳으로 떠났다.
영도는 이전보다 더욱 악랄하게 모두 위에서 군림했다.
자신의 승리라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웃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탄이 눈앞에 나타났다.
영도는 2라운드를 선포하고 탄의 관심을 끌려 하지만, 탄은 영도를 무관심과 무시로 일관한다.
상관없다. 영도는 방금, 탄을 2라운드로 끌어들일 기발한 방법을 발견해냈으니까.
졸부 행세를 하는 전학생, 차은상. 그녀가 탄의 약점이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한다. 은상과 함께 있으면 기분이 묘해진다.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설렘일까?
아니면 여태껏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감정이 영도를 찾아온 것일까.
영도는 이 혼란스러운 게임의 주사위를 이제 막 던졌다.

YRH유라헬
18. 여. RS 인터내셔널 상속자.

라헬은 제국고의 패리스힐튼이다.
한국의 의류업계에 한 획을 그은 RS 인터네셔널의 상속녀답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빼곡히 채운 명품신상들은 월화수목금토일 매일매일이 패션위크다.
게다가 열여덟답지 않은 카리스마와 도도함까지, 언제나 어디서나 라헬은 핫이슈다.
그래서 친구들은 그녀를 패리스힐튼이라 부른다.
물론 친구는 없지만.

라헬의 고결하고 귀족스러운 분위기는 또래들에게 거리감을 준다.
라헬은 그 거리감을 즐긴다. 그건 자신이 만든 거니까.
늘 자신이 우위라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됐다.
그 교만은 라헬에게 친구들을 마음대로 무시하고 함정에 빠뜨려도 되는 충분한 이유가 됐다.
단수가 높고 교묘해, 기품 있는 그녀가 사실 온갖 악행의 중심에 있다는 걸 사람들은 잘 모른다.
라헬은 우아한 얼굴로 우아하게, 독 사과를 건네는 잔인한 왕비다.

처음부터 라헬이 살 떨리는 악녀였던 건 아니다.
좋아하고 따르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가세가 기울자, 단칼에 아빠에게 이혼서류를 내미는 엄마를 보면서부터였다.
열다섯 라헬은 알게 되었다. 가정이란, 줄어드는 돈 앞에선 지킬 이유가 없는 것이구나.
2년 뒤 라헬은 김탄과 약혼하겠노라 마음먹었다.
“재벌가 딸내미 잘 키워놨더니 엄하게 내 보디가드랑 결혼 한다 그러는 것보단 낫잖아.”
라헬은 자신이 엄마처럼 쿨하고 세련되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업 확장을 위해 영도의 아버지 동욱과 재혼을 통보하는 초고단수의 엄마를 보며, 라헬은 자신이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지를 몰랐다.
열여덟 라헬은 깨달았다. 가정이란, 콩가루가 되어도 더 부자가 될 수만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해체와 결합이 가능한 개념이구나.

엄마와 대판 싸운 첫 번째 약혼 기념일, 라헬은 탄이를 만나러 미국으로 떠난다.
내 사람에게 위로 받고 싶었고 사랑 받고 싶었다.
그런데 탄의 집 현관문을 연 사람은, 생전 처음 보는 동갑 계집애였다.
누구세요? 자신에게 그렇게 묻는다. 라헬의 심기가 불편해진다.

YCY윤찬영
18. 남.

찬영의 행복지수는 높았다.
엄마는 너무 어릴 때 돌아가셔서 얼굴조차 기억 안 나지만, 100년을 더 같이 살아도 재미있을 친구 같은 아버지가 있다.
그 흔한 과외 한 번 받아본 적 없지만, 1등을 놓치지 않는다. 재벌가 도련님은 아니지만, 행복하다.
타고난 인성이 긍정적이고 선한 찬영은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알고, 목표한 바에 달려갈 줄 아는 괜찮은 남자다.

초등학교 때부터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제안서를 제출하라는 아버지의 독특한 교육방침에 따라, ‘포켓몬스터카드를 사야하는 이유’, ‘닌텐도의 장점’, ‘스마트폰이 윤찬영에게 미치는 긍정적 효과’ 등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제출한 제안서만 해도 서른 개가 넘는다.
덕분에 분석과 논리에 인간미까지 가미할 줄 아는 설득의 장인이 되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 제안하는 사람과 결제하는 사람의 태생적 계급차이에 대한 갈등이 찾아온다.
제국그룹 회장님 밑에서 직속으로 일하는 아버지의 사회적 지위는 평균을 훨씬 웃돌았지만, 회장님의 배려로 입학하게 된 제국고등학교에서 찬영은 가난했다.

그러나 그것이 찬영을 주눅 들게 하진 않았다.
특유의 긍정적이고 오픈된 마인드는 제국고등학교의 날 선 아이들의 마음도 열게 했다.
찬영은 진심을 사용할 줄 알았고, 그 진심에 도도한 보나의 마음이 움직였다.

보나는 찬영의 모든 것이 맘에 들었지만, 딱 한 가지, 은상과의 관계만은 견딜 수 없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함께 보낸 은상과 찬영은 이상적인 친구 관계다. 물론 보나는 인정하지 않지만.

방학을 이용해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찬영은 은상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는다.
한국에 있어야 할 은상이 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황스러운데, 은상을 만나러 간 자리, 은상 옆에 서있는 녀석이 더 당황스럽다.

제국그룹 둘째 아들 김탄. 풍문으로만 들어왔던 악동 김탄.
네가 왜 은상이와 함께 있는 거야?
찬영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LBN이보나
18. 여. 메가 엔터테인먼트 상속자.

아이들은 보나의 생일 파티에 초대 받고 싶어 했다.
그곳에 가면 아무리 높은 금액을 제시해도 만나주지 않는 콧대 높은 탑 클래스 연예인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보나는 자신의 화려한 삶이 맘에 들었다.
TV를 켜는 동시에, 인터넷을 연결하는 동시에 쏟아지는 연예 관련 뉴스들은 곧 사람들의 관심이었으며, 그 관심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의 중심에 보나의 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를 잇는 재벌가는 아니지만, 메가엔터테인먼트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과 가수들을 보유한 상업예술의 주축이었다.
그 자부심은 보나가 재벌가 친구들에게 꿇리지 않고 제국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긍정적이고 당찬 말괄량이지만 제가 지은 밥에 제가 코를 빠뜨리는 허당이라 덕분에 또래 친구들조차 보나를 귀여워한다.
어떤 자리든 가장 빛나야 할 사람은 자신인데, 항상 라헬보다 한 수 밑이다.
가장 빨리 신상을 걸쳐야 하는 사람도 자신인데, 항상 예솔보다 한 발 늦다.
온 세상을 모두 불태울 듯한 시기와 질투에 휩싸여 있다가도, 남자친구 찬영의 ‘니가 더 예뻐’ 한 마디에 온 세상을 꽃으로 물들일 수 있는 단순 발랄함이 매력.
금이야 옥이야 사랑으로 오냐오냐 키워주신 부모님 덕분이다.
이기적인 보나에게, 잘생기고 멋있고 이기적인 탄은 꼭 맞는 명품 구두처럼 운명적이었지만, 만난 지 백일 되던 날, 탄은 말 한마디 없이 유학길에 올랐다.
사랑 받지 못하는 기분을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일깨워준 남자, 김탄은 보나에게 날카로운 첫사랑의 주인공이자, 천하의 나쁜 놈이다.

첫사랑의 열병이 식을 때쯤 보나는 찬영을 만났다.
이기적인 보나에겐 사실, 부드럽고 강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찬영이야말로 꼭 맞는 명품구두였던 것.

그렇게 김탄의 존재마저 희미해질 때쯤, 김탄이 돌아왔다.
복수의 쓴 맛을 알려주고 싶은데, 김탄의 관심은 온통 차은상이다.
찬영의 절친이기도 한 차은상.
대체 저 계집애는 뭔데 내 구남친 현남친 주변에서 맴도는 거야?

LHS이효신
19. 남. 이창혁 검찰총장 상속자.

‘정의의 여신’, 그리스 신화에 디케가 있다면, 제국고등학교에는 ‘남신’ 이효신이 있다.
반듯한 얼굴에 반듯한 사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미덕을 겸비해 ‘중립본좌’라 불리는 제국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이다.

현직 검찰총장 아들이라는 명예로운 스펙까지 더해지니 한낱 고등학교 학생회장에게서 진정한 21세기 리더의 냄새가 난다.
남자들은 그를 따랐고, 여자들은 그를 좋아했다.
또래에서 찾아볼 수 없는 카리스마였고, 의지하고 싶은 강직함이 있었다.

재벌은 아니었지만, 장관직을 거친 할아버지와 대통령 비서실장직을 지낸 큰 아버지, 검찰총장 아버지까지 대한민국의 주요 명예직들을 지낸 탄탄한 뼈대의 가문은, 효신에게 태어나자마자 명예와 힘이라는 옷을 입게 했다.

물론 효신이 원한 일은 아니었다.
집안의 모든 남자들이 경기고-서울대 출신의 동문들이어서 효신이 갈 학교들도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던 것 또한 효신이 원한 일은 아니었다.

경기고를 택하지 않은 것이 효신의 첫 번째 반항이었고, 방송부에 들어간 것이 두 번째 반항이었으며, 세 번째 반항은 모두가 상처 받을 만큼 진하고 격렬했다.
하지만 어떠한 반항도 혁명으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JMS조명수
18. 남. 법무법인 승리 상속자.

재벌가의 자녀들은 또래에 비해 정신적으로 조숙한 편이지만, 명수는 딱 나이다운 발랄함과 장난기를 가졌다.
한국 최고의 로펌 ‘승리’의 대표변호사 아들치곤 위엄이 안서는 성격이다.
열여덟의 유치함과 천진난만함, 욱함을 두루두루 갖춘 명수지만, 못된 아이는 아니다. 단지 좀 철이 없을 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굵직한 사건들을 도맡아 변호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친구들 중 몇몇 집안은 항상 아버지의 회사를 통해 소송을 진행 중에 있었다.
때문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의미도 모르는 뇌물들을 덜컥 받아놓고 아버지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고, 사건의 뒷이야기나 비밀들을 생각 없이 발설해 뒤탈을 만들기도 한다.
물론 악의는 없었지만.

법조인 집안의 장남답게 친구들끼리의 사소한 시시비비에도 변호사가 필요하면 소개시켜주겠다며 곧잘 영업을 한다.
그러나 공부 쪽 머리보단 예체능 쪽 감각이 발달한 까닭에 밤마다 클럽을 전전하며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생활하고 있다.

부모님을 따르고 좋아하지만 부모님은 명수보단 일을 따르고 좋아하는 덕에 섭섭한 마음이 크다.
제국고에선 영도가 유일하게 마음을 연 상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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